오늘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의사가 클릭 몇 번으로 CT나 MRI 영상을 즉시 열어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병원에서 촬영한 의료 영상은 필름 형태로 인화하여 전달되었고, 다른 병원으로 자료를 보내기 위해서는 직접 들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영상 자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제조사마다 포맷이 달라 서로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DICOM이다.
이번 글에서는 DICOM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왜 의료 영상 분야에 DICOM이 필수적인 표준이 되었는지를 PACS 시스템과 연관 지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PACS 이전의 의료 영상 환경
DICOM이 등장하기 전, 병원에서는 **필름(Film)**에 의료 영상을 인화해서 사용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X-ray를 찍으면 빛에 민감한 필름을 이용해 사진을 인화했고, 의사는 이 필름을 들고 판독을 했다.
이 당시의 문제점:
- 보관 공간이 많이 필요했다 (창고에 필름이 쌓임)
- 복사본 제작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 타 병원 전송 시 직접 가져가야만 했다
- 시간이 지나면 필름이 손상되어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졌다
➡️ 이러한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영상의 디지털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디지털화는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
2. 디지털화 이후의 새로운 문제: 호환성
디지털 영상 장비들이 도입되자 이제 의료 영상은 전자 파일로 저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사마다 저장 포맷과 파일 구조가 달랐다는 것이다.
GE 장비에서 찍은 CT 이미지는 GE 전용 소프트웨어에서만 열림 |
Siemens 장비의 MRI 파일은 다른 병원에서 열 수 없음 |
➡️ 이로 인해 의료 영상의 디지털화는 되었지만, 공유는 더 어려워졌다.
영상 자료는 전자화되었지만 여전히 병원 간 협업이나 전송에는 장애물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3. DICOM의 등장 – ACR-NEMA 협약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 미국방사선학회(ACR)와 국립전기제조협회(NEMA)가 협력하여 ACR-NEMA 표준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주요 이정표
1985년 | ACR-NEMA 1.0 발표 (초기 표준, 실제 활용도 낮음) |
1988년 | ACR-NEMA 2.0 발표 (전송 개념 포함) |
1993년 | DICOM 3.0 정식 발표 – 현재 사용되는 버전의 기반 |
이후 | 의료기기 업체들이 DICOM 표준을 채택하기 시작 |
DICOM 3.0은 단순 파일 포맷이 아니라, 통신 방식까지 포함한 완전한 의료 영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4. DICOM의 필요성 – 왜 지금도 중요한가?
현재 병원에서는 PACS라는 영상 저장·전송 시스템이 중심이 된다.
PACS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장비 간, 시스템 간에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이 필수다.
- DICOM이 없으면 생기는 문제
- CT 장비 → PACS → AI 분석 서버 간 데이터 이동이 불가
- 환자 영상 → 외부 병원으로 전송 시 호환 실패
- 의료기기 간 데이터 교환 불가 → 진단 지연
- DICOM이 있으면 가능한 것들
- 장비 제조사와 상관없이 PACS가 모든 영상 수용 가능
- 병원 간 영상 공유 및 클라우드 전송 가능
- AI 판독 도입 시, 학습/분석/출력까지 자동화 가능
➡️ 결국, DICOM은 단지 파일 형식이 아니라
“의료 데이터 생태계를 연결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5. PACS와 함께 성장한 DICOM
DICOM이 실제 의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된 계기는 바로 PACS의 발전이다.
PACS는 의료 영상 자료를 전산으로 저장하고 조회하는 시스템이며, DICOM 표준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Imaging Modality | 영상 생성 장비 (CT, MRI 등) |
PACS 서버 | 영상 저장 서버, 이미지 관리 |
DICOM Viewer | 의료진이 영상을 판독하는 소프트웨어 |
HIS/EHR | 진료 기록 시스템과 연동 |
📌 이 모든 시스템이 DICOM을 통해 서로 통신하게 되면서 영상 진료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결론
DICOM은 단순히 파일 확장자가 .dcm인 기술이 아니다. 수십 년간 의료 영상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꾼 핵심 기술 표준이다.
PACS가 본격 도입되기 전의 아날로그 영상 시대, 그리고 제조사 간의 호환성 문제를 거쳐 DICOM은 의료 영상의 공통 언어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병원 시스템, AI 분석, 클라우드 저장, 진료 협진 등 모든 의료 영상 기반의 기술은 DICOM 없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DICOM은 앞으로도 의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배우고 이해해야 할 기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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